췌장암은 ‘침묵의 암’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초기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나타난다 해도 매우 애매하거나 비특이적이어서 조기 진단이 쉽지 않은 암입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췌장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몇 가지 신호를 미리 알고 있다면 조기발견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습니다.
췌장암 초기증상, 왜 잘 모를까?
췌장암은 췌장이 복부 깊숙이 위치해 있고, 주변 장기와 신경을 침범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췌장 자체가 후복막에 있어 음식물의 이동 경로와 직접 닿지 않으므로, 암이 상당히 커지거나 주변 장기, 신경, 담관 등을 침범해야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 때문에 췌장암 환자의 80~90%는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췌장암 초기증상, 어떤 것이 있을까?
1. 설명할 수 없는 체중 감소
가장 흔하면서도 중요한 췌장암 초기증상은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는 것입니다. 식욕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6개월 이내에 평소 체중의 5% 이상(또는 약 4.5kg 이상)이 빠진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체중 감소는 췌장암 환자의 60~70%에서 나타나며, 암세포의 대사작용, 영양 흡수 저하, 소화불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합니다.
2. 황달
황달은 피부와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증상으로, 췌장 머리(두부)에 발생한 암에서 특히 잘 나타납니다. 췌장암이 담관을 막아 담즙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면 빌리루빈이 혈액 내에 축적되어 황달이 생깁니다. 초기에는 소변색이 진한 갈색으로 변하고, 가려움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황달이 오래 지속되면 대변이 회색이나 하얗게 변하기도 합니다.
3. 복부 통증 및 등쪽 통증
복부, 특히 명치 부위의 통증은 췌장암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초기에는 경미하거나 식후에만 나타날 수 있지만, 점차 등이나 허리까지 방사되는 통증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췌장이 등 가까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허리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등만 아픈 증상으로 오랜 기간 오진되기도 합니다.
4. 소화불량, 구역, 구토
췌장암 초기에 소화불량, 오심(메스꺼움), 식후 복부 팽만,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췌장이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며, 암이 췌장관이나 십이지장을 압박하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5. 지방변, 회색변
췌장암이 췌장관을 막으면 지방의 소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대변이 기름지고, 물에 뜨며, 악취가 심하고 변기에 달라붙는 ‘지방변’이 나타납니다. 또한, 담즙 배출이 차단되면 대변 색이 회색이나 옅은 색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6. 새로 발생한 당뇨병
기존에 당뇨병이 없던 중·장년층에서 갑자기 당뇨병이 발생하거나, 기존 당뇨병이 특별한 이유 없이 악화되는 것도 췌장암 초기증상일 수 있습니다. 췌장은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암이 생기면 혈당 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7. 기타 증상
식욕부진, 전신 무력감, 피로, 입맛 변화, 복부 팽만감, 배변 습관 변화, 이유 없는 가려움증 등도 초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드물게 우울감, 정서불안, 어지럼증, 근육경련, 설사 등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췌장암 초기증상, 왜 놓치기 쉬운가?
췌장암 초기증상은 대부분 소화불량, 복통, 체중감소, 황달 등으로, 다른 소화기 질환(위염, 소화불량, 담석증 등)과 구분이 어렵습니다. 증상이 애매하거나 경미해서 진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고, 특히 등이나 허리 통증만 있을 때는 근골격계 문제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췌장암을 의심하고 전문의 상담 및 정밀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췌장암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 6개월 이내 별다른 이유 없이 체중의 5% 이상, 혹은 4.5kg 이상 감소했다.
- 가족력이나 비만, 고령 등 위험인자가 없는데 갑자기 당뇨병이 발생했다.
- 기존 당뇨병이 특별한 원인 없이 갑자기 악화됐다.
- 소변이 진한 갈색으로 변하거나, 전신 가려움증이 동반된다.
- 복통이나 열, 오한 등의 증상 없이 황달이 나타난다.
- 식욕이 감소하고 소화가 잘 안 되며, 복부 또는 등 쪽 불편감이 지속된다.
- 대변이 기름지거나 변기에 달라붙고, 색이 회색 또는 옅은 색으로 변했다.
이 중 1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췌장암을 의심하고, 복부초음파, 복부CT, MRI, 내시경초음파 등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췌장암 초기증상과 고위험군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 췌장염, 당뇨병, 흡연, 과음, 비만, 고지방식이, 고령(60세 이상) 등 위험인자가 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직계가족 중 3명 이상 췌장암 환자가 있다면 발병 위험이 30배 이상 높아집니다.
췌장암 초기증상, 조기진단의 중요성
췌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70% 이상까지 올라가지만, 진행된 후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10% 내외로 떨어지는 매우 치명적인 암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초기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결론
췌장암 초기증상은 매우 애매하고 비특이적이지만, 설명할 수 없는 체중 감소, 황달, 복부 및 등쪽 통증, 소화불량, 지방변, 새로 발생한 당뇨병 등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신호입니다. 특히 가족력이나 당뇨, 만성 췌장염, 흡연 등 위험인자가 있다면 정기적인 검진과 자기관찰이 필수입니다.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고, 증상이 지속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췌장암 조기발견과 생존율 향상의 열쇠입니다.